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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지나간 인연이 참으로 많다. 함께 했던 시간은 한때의 추억으로만 남고, 그 추억마저도 잊혀진 채 먼지 쌓이듯 쌓이고 말더라. 그래도 일기를 때때로 썼다면 지났던 추억을 되새기기 좋다. 오래된 일기를 들어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과거의 나를 대면하는 건 시간여행이나 마찬가지다.


난 어렸을 때 학교 숙제로 썼던 일기장은 일기로 치지 않는다. 사실 그 일기들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집 안 한구석 책장에 나이별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일기장은 그냥 방을 꾸미는 장식같은 존재로 남은지 오래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기 전까지의 '나'는 아직 지금의 내가 인식하는 '나'가 되었다기엔 설익은 존재다. 그 때까진 아직 내 삶에 대한 고민이나 경험이 적은 시기였고, 그런 내가 썼던 일기는 내가 담겨 있다기보단 내 주위의 삶이 담겨 있을 터였다. 오늘은 철수랑 게임을 했습니다, 등의.


일기는 IT 세상으로 넘어오며 혁신을 맞이하게 된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에게 은근히 내 삶을 내비추는 쾌감이 상당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기에 일기란 탈을 쓴 자기 광고 글에 담긴 나의 존재는 지금 봐도 참 흥미롭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픈가, 가 더 잘 녹아든 글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만큼 나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는 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날 내보이려면 내가 날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나에 대한 고민이 덜해지면서 일기는 점점 뜸해졌다. 매뉴얼은 써도 나를 묘사하고, 나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글을 쓰기 머뭇거려졌다. 항상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니 글감을 놓칠 일은 줄어들었을테고, 글 쓸 공간도 넘쳐나니 이보다 좋은 세상이 없건만 점점 글을 쓸 자신은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블로그의 공간은 참으로 고맙다. 다시 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밤이다. 살짝 덥다. 창문을 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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