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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산 속이어도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의 더위는 막을 수가 없었다.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부서진 햇살 아래에 있자니 내가 왜 이 자리를 골랐나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늘일 줄 알고 다른 사람이 앉기 전에 얼른 가서 차지한 자리인데 이렇게 내 기대를 저버리다니.


한동안 앉아있다 일어나니 엉덩이에 땀이 차 있었다. 헐렁한 바지에 스미는 바람이 엉덩이에 익숙치 않은 시원함을 남기고 지나간다. 쨍쨍 내리는 햇살도,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발목도 잊고 잠시 그 시원함을 즐겼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엉덩이에는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앉을 때마다 쿠션처럼 내 몸을 받쳐주고, 적당한 운동만 하면 멋스러운 맵시까지 주는 신체 부위인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눈에 닿지 않기에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을거다. 얼굴에 난 뾰루찌를 걱정하고, 손톱에 낀 때는 걱정해도 매일 혹사당하는 엉덩이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는 법이지. 그래도 오늘, 여름날 잠깐 흘린 땀으로 존재감은 확실히 어필했다. 일기의 소재로 결정하기까지 했으니 성공한 셈이다.


분명 이 얘기만으로 끝맺을 생각은 아니었다. 고될 뻔 하기만했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할 때는, 다른 소재도 함께 쓸거라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이렇게 놓쳐버리는 글감이 아쉬워 예전에는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었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걸 보니 나름 중요한 소재였나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단톡방에 치킨 얘기가 흘러나왔다. 기름진 게 먹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치킨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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