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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딴 생각을 하며 한창 샤워를 하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손만 분주히 움직였는데 몸에 거품이 골고루 묻어 있었다. 습관처럼 제품을 짜내고 거품을 내고 몸을 박박 문질러내었더니 이미 샤워는 끝나있었다.

가만보니 샤워하는데도 순서가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꼬박꼬박 샤워를 해댔으니 나름의 순서가 정착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고보면 고등학생 때의 그 언젠가 머리를 먼저 감을 건가, 몸을 먼저 씻을 건가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머리, 세수, 몸으로 순서를 정했지만. 이 순서에도 어떤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의식하지 않고 시간을 몇 분간 보내왔다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멍하니 시간을 보냈든, 요즘 나를 뒤흔든 생각에 사로잡혀 무의식 중에 샤워를 했든 그 시간은 그 시간 자체로 소중한거다.

그래도 가끔씩은 몸에 묻은 먼지를 씻어내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는 일 자체에 집중해보자고 스스로 다짐을 해본다. 씻는 순서도 바꾸어보고 이닦을 때 화장실 밖으로 나돌지 말고 가만히 얼굴을 보며 내가 잘 닦고 있나 확인도 해보자. 괜히 따뜻한 물을 틀고 목 언저리에 온기를 느끼며 시간을 보내보자. 그러다 내가 물을 낭비하고 있어!라는 자책과 함께 물을 끄고 다시 멍때리며 샤워를 하더라도 가끔씩 습관을 습관답지 않게, 일상을 일상답지 않게 살아보는거다. 잠 들지 않은 모든 시간에 대해 의식하며 사는 삶은 끔찍한 삶일테지만 가끔은 내 삶은 당연하지 않다란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으니까.

샤워하니 개운하다. 나가자. 다시 땀이 나고 저녁이 되면 다시 샤워를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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