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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티비 프로그램은 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보고 있다보면 그들만의 리그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랄까.
그렇다. 내가 보고싶은건 이따위 것이 아니다.
시시껄렁한 얘기에 리액션을 과장하며 그들끼리 웃고 떠드는 이런 방송이 아니다. 내가 진짜 보고싶은 것은 숨쉬는 것이다. 너가 숨쉬는 것.

역 앞에서 산 손가락만한 굵기의 김밥은 내 3시간짜리 허기를 달래기엔 택도 없었다. 지상최고의 호구짓은 역전 앞 식당에서 밥을 먹는 짓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허기를 견딜 자신이 없어 들어간 편의점에서 나는 또 한참을 서성이며 신중하게 먹을 것을 골라야했다. 내 위에 조미료와 화학첨가물로 범벅된 음식으로 위장한 쓰레기를 넣기엔 내 속이 아까웠기에.
편의점이란 곳이 늘 그렇듯이 거기에 있는 것들은 늘 좋은 포장을 두루고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포장하고 있었다. 마치 지금 우리네들의 겉모습처럼.
먹어도 괜찮은 척. 부패하지 않을 음식인 것 처럼.
그와중에 난 삶은 달걀 두개와 생수(그나마 믿을만한 마실거와 먹을 것)를 골랐다. 그럼에도 선뜻 밖으로 나설 수 없었던 것은 편의점을 가득채운 인스턴트 음식들을 갈망하는 또다른 나의 자아때문이엇으리라. 나는 에너지바 하나로 나의 자아와 타협을 보고나서야 겨우 편의점을 나설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빈 시간을 멍청한 바보상자 앞에서 멍청하게 에너지바를 물고 나 자신을 달래고 있는 나를 스쳐지나간 것은 두명의 모델같은 남자들이었다. 그들의 사슴처럼 긴 목과 가지런한 어깨 그리고 가녀린 선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화감을 선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김밥한줄을 흡입하고도 부족해 칼로리바를 물고있고 두개의 구운 계란을 가차없이 흡입할 예정인 나에게 위화감을 선사했다.

굴하지 않겠다.

그 모델 둘이 긴 기럭지로 성큼성큼 내 앞을 지날 때, 내 입 속에서 달콤한 비명을 지르는 칼로리바는 나로 하여금 무자비하게 씹혀졌다.

그것은 먹고 살겠다는 나의 의지였다.
그리고 보여지는 행복을 위해 먹는 행복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무언의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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