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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우르르 부었다.
따뜻함 속에서 피어나길 바랐는데
더 우리면 차 맛이 써질 것이라는 말에
다시 우르르 건져냈다.

그런데도 향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심지어 색도 물들어 지워지지 않고 여기 있다.

오래 만난 사람일수록 그 사람에게서 내 향기를 느끼곤 했다. 내 향이 왜 거깄냐며 손사래를 먼저 쳐내곤 했지만 웃음이 났던건 나도 어렴풋이 나한테 남은 그의 향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따끔씩 그에게 남아있는 나의 향을 내가 다시 맡아도 역겹지 않도록 지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의 간섭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물어야하는 안부를 그들이 나에게 물어왔기 때문이었고 향에 값을 매기는 그들의 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옮겨다니는 향은 공중을 떠돌다 흩어진다.

짙은 국화차를 마시면서, 집에 간 후에도 내 향이 남아있다고 말한 너를 기억해냈다. 향에 대한 나의 바람은 역시 취향대로 간다. 내가 진하지 않아도 오래 가는 향을 좋아하듯 너가 맡은 그 향도 오래갔으면 좋겠다.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은한 향 자체가 나를 포함한 너의 색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건져낸 국화꽃들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 건져낸 꽃에서는 더이상 향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은은하길 바라면서도 그에게 남은 내 향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아니, 무엇을 향한 애착인지 가늠할 수도 없다.

짙은 것의 엔딩은 끝을 보기도 전에 차가운 유리 위에서 식어가는 것 뿐인가요?
날 짙고 깊게 그리고 길게 품어주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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