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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라면 끓여드릴게요
같이 맥주 한잔 할래요?
아 라면 말고 뭐 없냐
연어나 하다못해 광어회라도
에이 우리가 라면이면 감지덕지죠
맥주 사느라 계란도 못샀어요
그냥 이런 얘기에 낄낄거리며
내일 출근해서 할 일에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
학교에서 성적 나온 얘기
어제 밤 클럽에서 만난 여자가 연락을 안 받는 이야기
또는 뺀찌 먹은 친구 얘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등 무긍무진한 대화거리
안주는 다 뿔은 라면 뿐인데
한모금 맥주가 그렇게 달달할 수 있는
그냥 그렇게
지극히도 일상적이고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매일 먹을 것이 라면 뿐이라며 투정부리고
한캔 남은 맥주를 한모금씩 나눠 마시더라도
그렇게 우리
역 앞 만두가게에서 튀긴 만두를 사오고
버스 정류장 근처 할인 마트에서 맥주를 사오고
불법 다운 받아놓은 영화를 작은 스마트폰으로 틀어보는
티비도 없고 빔 프로젝트나 스크린도 없고
에어컨도 없고
냉장고는 작아서 이미 뭘 넣을 수도 없이 꽉 차고
바닥엔 널부러진 옷들이 가득하고
퇴근하고 만날 사람이 없어도
그냥 우리
그래 그렇게 우리
라면 좋겠다
어서 끓여 맥주 마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