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것.
뭐 매일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모니터를 켜는 일이지만
그런 일은 날 위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집에 와 모니터를 켜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는 것은
회사에서의 행위와는 기분부터가 달라서
마음가짐도 행동도 달라지는구나
내가 이렇게 굳이 늦게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은
뭐가 있겠어
역시나 널 그리는 일이지
넌 어때?
요즘 삶은
네가 기대했던 삶과 같고 또 다르겠지
얼마전에 낙산공원에 오르다 돌탑을 만났다
누군가는 돌무덤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돌탑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소원 비는 곳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런 녀석.
사람마다 생각과 소원은 달랐겠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둔 곳에 하나씩 돌을 올리고
그렇게 소원탑이 만들어졌겠지
생각은 달랐어도
마음은 같았을거야
서른 즈음
인생에서 오지 않을 것이라 믿던 그 시간과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은 미래인 현실과
여전히 비어있는 지갑과
나이만 먹었지 철은 들지 않은 생각
줄어든 독서량과 늘어난 뱃살
여유와 소망은 과거 그곳에 두고 온 듯하고
어려움과 더러움 속에 사는
보다 어른스럽고
보다 나이스하고
보다 젠틀하고
보다 아름다울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을 곳에 일기 쓰듯 편지를 남기는 건
단지 늘어가는 나이에 헉헉대기 때문은 아닐거야
단지 심심해서만은 아닐거야
네가 만일 돌탑 앞에 섰다면
어떤 생각을 하며 작은 돌을 올릴까
아님 이런 것 누가 믿냐며 웃으며 지나칠까
어쩜
나는 너의 그런 행동 하나도 그릴 수 없네
돌탑에 하나씩 돌이 쌓이고
스치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고
시간이 쌓인만큼
빌었던 소원도 달라지겠지만
언젠가 다시 그곳을 스칠때
그 자리에 있으면
여전히
그 자리에 돌탑이 존재하면
사람들은 그때의 그 소원을 떠올리고
작게 미소를 지을까
아님 가슴 아파할까
아니면 자신이 그 소원을 빌었다는 것 조차 잊을지도 모르지
그래
난 아직 이 자리에 있어
시간은 흘렀고
우리의 추억은 그 자리에 멈춰있고
가만히 있어도 나이는 먹어지고
우리 걷던 그 길에 가게가 많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여기 있어
200개가 닿으면
이제 더 이상 쓸 말도 없겠지 했는데
내일은 내일의 그리움과
내일의 설렘과
내일의 우울과
내일의 행복을 들고 다시 쓸 것 같아
오늘 그냥
그냥
또 쓰고 싶어서
'보고싶어'
서른 즈음, 그리고 200.
by. MDONG 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