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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지겨워진걸로 하자.

매일 똑같은 걸로 싸우고 서로 상처주기 위해 모진 말을 하고 비꼬기도 하면서 더이상 화해는 못하겠다는 앙큼한 다짐들을 하는 것.
예전엔 그래도, 그 온 힘을 다해 싸우는 것과 상처주기 위한 냉소와 다짐들이 모두 사랑하니까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겹다.

당신과의 감정소모는 그 왜 그런거 있잖아. 누구는 막 재밌다고 나한테 전해준건데 난 당신이 얘기하는 그 상황에 없었어서 그 재미를 다 느낄 수 없는거. 응, 그래, 재미없는거. 억지로 웃어줘야 하는거. 길 걷다 넘어져서 무지 아픈데 주변 사람들이 보니까 쪽팔려서 안아픈 척 해야 하는거. 응, 그래, 척하는거. 깨진 무릎이 바지에 쓸려서 더 따가워도 바지에 묻은 먼지 다 털린 척 하는거.

나는 당신의 크나큰 장점으로 작디 작은 단점을 가리면서 당신에게 빠져왔는데 이 장점이 나한테 물들자 단점까지 물들기 시작했어. 그러다보니까 그전엔 보이지 않던 단점이 너무 커져버린거야.
싫어. 변하는 내 모습이 싫어지는건 당신에게 있어서의 나도 별로일거야. 멀어지자. 도망가자. 없어봐야 정신을 차리는 당신의 습관은 아직도 안고쳐졌으니. 나도 별로 애쓰고 싶지 않다.

같이 있어줘야 할 시기를 놓치는 당신이 이제 진짜 좀 지겨워. 자꾸 그 수위가 다르다는 느낌. 19금 영화보러 영화관에 들어왔으면서 정작 들어왔더니 15금을 원하면 어떻게 해. 당신이 애야? 순진하게 나는 몰랐어 라고 얘기하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할 사람 나 아닌거 알잖아. 당신이 15금 수준인 척 해서 좀 실망스러워. 처음부터 그냥 당신이 원하는 정도의 15금만 보여줄걸. 다 가진 양 함부로 대하면 내가 그냥 아 그렇구나, 할 사람으로 보인거야 진짜?

오해하지 말고 들어.
감정에 대한 이야기야. 감정이 단어로 지겹도록 번역되는 동안,​ 원래 여러 뜻이 있던 단어는 내가 익숙한 의미로만 써서 그 감정이 타성에 젖어버린거야. 딱딱하고 의미없게. 가식이 그렇고 굳은 눈이 그렇고 식은 온기가 그런거지.
진짜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감정에 대한 우리 태도의 이야기야. 한 열 일곱 조각으로 나눠지던 감정의 볼륨을 그냥 뭉치고 뭉쳐서 세 덩이 쯤으로 막 대충 갖다 붙이는 우리 태도에 대한 이야기야. 재단하지 말자고 했잖아. 좀 조심스러워지라고. 당신을 위로하는 내가 마구잡이로 쓰라고 있는건 아니라고 했잖아. 신경 쓰라고 했잖아.

나도 미안한데, 나도 잘못한거 많은거 아는데, 이대로는 나도 너무 답답해.


하 진짜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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