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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구름을 보는 것이 잦았던 나다. 하루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모든 구름이 다 예뻤던 날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구름이 너무 예쁘다고 볼 때마다 반복해서 말했었다. 너는 묵묵히 같이 바라봐주기만 하다가 한마디를 건넸다.

- 너 구름 강박이 있는 것 같아.

난 그 말이 왜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걸까. 예쁘다고 계속 말하는 것에 대해 지루해하지 않고 조용한 감탄으로 옆을 지켜주던 너였다. 그렇게 구름을 같이 느끼는 너가 구름강박이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일까 그게 혹여나 병이더라도 난 한번 제대로 걸려보고 싶었다. 구름강박. 구름만 보고 살아도 행복할 것 같은 그 이름. 구름강박에 걸린 나를 상상했다.
햇살 따뜻할 때 나른한 잠이 쏟아져오면 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구름을 세다 잠들어야지. 구름이 솜사탕같은 날은 야금야금 뜯어먹자. 속상한 일이 있거든 너의 어깨에 기대 가슴 속에 구름을 채워 포근하게 만들어야지. 구름에 파묻혀서 널 간지럽혀 너의 웃음소리를 들어야지. 우리 여유롭게 서로의 노래를 들을 날이 오면 구름을 배로 삼아 저 먼 세상으로 가자. 구름을 타고있는 동안은 우리만 있는거야. 너는 평소처럼 마음껏 저 먼 세상을 그리도록 해. 나는 그 그림에 너가 행복할 수 있을 정도의 색을 얹을게. 아마 구름이 우릴 감싸줄거야. 구름은 흰 색이니 우리가 그 안에서 빛나도록 노오란 별이 되자. 노랗게 빛나는 별이 되어 구름 안에서도 밝게 빛나자.
상상을 조금 얘기하니 또 조용히 듣던 너가 말했다.

- 우리가 밝게 빛나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주변이 따뜻해질 수 있게 빛나자.

아. 넌 왜 그리도 보드랍기만 한건지. 왜 넌 항상 나보다 먼저 따뜻하고 올곧기만 한건지. 넌 왜 항상 내 마음을 울리는지. 정말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는건지. '그래 따뜻해지자' 라고 대답하곤 마음이 더욱 먹먹해져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문 내게서 넌 무엇을 느낀건지 웃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는 알 수도 없었고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가끔 넌 저 먼 세상에 미리 가있는 사람 같아서 난 너의 무릎을 베고 눕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렇게 웃어버리는 너의 모습이, 내게 허락된 것은 오직 함께 구름을 보는 너의 옆모습까지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가갈 수 없도록 선이 그어지는 듯한 먹먹함이 다물었던 입 밖으로 새어나올 것 같았다. 여전히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은 너가 얄미워 물었다.

- 넌 나한테서 선을 느껴? 느끼긴 해?
- 응. 그럼. 난 그 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무던히 애써.
- ....아....나 정말 많이 이기적인 것 같아.
- 응? 무슨 말이야?
- 널 보면서 느껴 매번. 난 너보다 훨씬 이기적이어서 착한 널 따라갈 수 없다고. 그리고 거기서 선을 느껴. 난 나만 이 선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그 선이 아쉽고 안타까웠어. 우리가 맞지 않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너가 내 선을 무너뜨리고 싶다고 하니까 또 괜히 겁이 나는거야, 내 선이 무너진다는 것에 대해. 너가 느끼는 그 선이 뭔지 난 감도 못 잡고 있는데도.
- 그래서 다시 긋는 중이야?
- 음. 나 자신도 내 선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진하게 그어보려고.
- 지독하네. 왜?
- 모르겠어. 아마 너를 지독히 원해서 그런걸거야.
- 난 지금 그래.
- 응?
- 지금 내가 너에게서 선을 느껴.
- 아..
- 넌 아마 마음을 열었던 내게서 선을 느꼈겠지만 난 너가 마음을 닫으려하면 선을 느껴. 다른 사람들은 열게 만들고 정작 열었더니 넌 겁내고 있잖아. 왜 그러는거야?


'항상 그런건 아닌걸. 나도 너의 마음에 기뻐하고 너의 좀 더 열린 마음에 공을 들이고 원하고 기도해.' 라고 하고싶었던 말은 삼키고,
혹은 '너를 지독히 원해서 그런거라니까.'
라고 반박하고싶은 마음을 누르고
어찌됐든 벙쪄버린 기분을 인정하기로 했다. 얄미워서 물어봤는데 오히려 내가 응석받이가 된 듯 했다. 어렴풋하게만 알고있던 나를 너의 입으로 들으니 당황스러웠고 너가 파악한 나의 모습이 그런 형태라는 것에 대해 더 당황스러웠다. 무슨 대답을 해야하는걸까. 더 당당하고 솔직한 너에게 감탄하고 있을 시점에 너는 물었다.

- 따뜻해지자고 한건 내가 너무 앞서간거야?

아. 내가 입을 다문 이유. 신경쓰고 있었....천잰가

- 음. 아니. 난 너와 미래를 그릴 수도 있는 바로 지금을 좋아하는데 넌 이미 그 미래에 가있는 사람 같았어. 그래서 그 온도와 방향을 내가 느낄 수 없던 것이 답답했을 뿐이야. 그게 다야.
- 난 너와 같은 미래를 얘기한다고 생각했어. 내가 가있는 미래를 앞으로 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돼?
- ....되지. 그럴게.
- 선도 좀 연하게 그리면 안돼?
- 그건 생각 좀 해보고.

무엇이 더 진짜일까. 이것도 진짜고 저것도 진짜라고 하기엔 난 아직 내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사실은 아직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얘기한 것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더 먹먹했을 것이고 더 선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너도 그렇지 않나....? 몰라. 난 몰라. 그냥 믿어버리고 싶은 건 선이 겹쳐지는 날이 올거라는 것. 내가 너의 열린 마음을 의심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만한 그런 날이.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우리의 대화를 너가 이해할 날이. 덮이고 덮인 후에야 쓰여지는 우리의 대화를 너가 열어볼 수 있는 날이. 있잖아, 난 일단은 그냥 구름을 타고 너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지금의 기분이 좋아.

- 지금 지나간 구름 진짜 예쁘다. 그치?
- 아무래도 구름 강박은 진짜 있는 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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