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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계절이 바뀌지 않았던 때였다. 아니 나는 에어컨 밑에서 계절이 바뀌는지도 몰랐던 때였다. 답답하고 막막했다. 차라리 더운 것을 알았더라면 덜 답답했을까.
운전을 할 줄 알았던 너는 가끔 사람들을 데려다주곤 했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너는 내가 남자애들과 끼여서 타는 것을 염려하고 나를 앞자리에 태웠다. 너는 그런 고마운 사람이었다.
창문을 열었고 오랜만에 느껴지는 습한 바람이 우리 모두에게 불었다. 에어컨 바람이 아니라 더운 습한 바람인데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기분이 울적했던 것도 너무 시원해서 슬펐던 그 바람 때문이었을거야.
한 명을 데려다 주고 그 다음이 내 차례였다. 이 좋은 바람을 두고 다시 건조하고 차갑기만한 바람을 쐬야하다니. 기어에 올려진 손에 내 손을 올리며 말했다.
느리게 가면 안되나요
응? 뭐라고?
하하 아니에요
.....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그렇게 대답한 너는 우리집을 지나쳐서 다른 사람들을 먼저 데려다주었다. 기대도 안하고 혼자 한숨 쉬듯 내뱉은 말이었다. 앞뒤 맥락도 없이 한 말을 알아들어준 너가 가슴이 벅찰정도로 고마웠다. 나를 마지막으로 데려다주면 너의 집까지는 한참 더 걸릴텐데 너는 불평도 없었고 이유도 묻지 않았다. 꽤 먼 거리였다. 창문을 통해서는 여전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너랑 나는 그렇게 조용히 바람을 느꼈다. 그때의 바람만큼은 살랑대는 듯 했다.